2010 농정현안 ②시장개방 확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우리나라의 농산물 평균 관세는 59.3%. 100%를 넘는 품목도 116개(HS 10단위 기준)에 이른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관세는 국내 농산물시장의 보호막 기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국과의 FTA가 마무리되면서 값싼 외국 농산물이 그대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15일 외교통상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수입액 중 FTA 상대국의 비중은 54%에 달했다.
이는 협정이 발효중인 16개국 외에 올 1월 발효된 인도, 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 발효가 안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포함한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비율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거대경제권에 이어 올해부터는 신흥경제권으로 FTA 대상국을 더욱 넓혀 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호주·뉴질랜드 등 13개국 외에 중국·러시아 등 7개국과도 조만간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20개국을 더한 65개국의 수입액은 2008년 기준 전체의 97%로 늘어난다. 우리가 맺은 FTA가 농산물 관세를 대부분 없애는 방향으로 체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우리나라 농산물 관세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FTA에 대한 정부의 적극성에 견줘 국내 대책은 소홀하다는 게 농업계의 시각이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 정부는 21조원 규모의 농업분야 보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예산의 절반 정도는 기존 119조원 투융자계획에 들어 있던 것들이며, 순증 예산은 2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FTA와 직결된 예산은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집행이 제한되는 집행유보 예산에 묶여 있다. 또한 정식서명 직후 발표될 한·EU FTA 대책도 질병근절·생산비절감·안전성확보 등 당연히 추진될 과제들로 짜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방 확대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은 물론 한·EU FTA 농업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2010년 농업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 FTA협상 … 신흥경제권과 지속적 확대 초점 |
| |
|
|
|
| |
(*이미지를 저장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2010 농정현안 ②시장개방 확대
올해 외교통상부의 업무계획 가운데 통상분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적극적인 FTA로 전체 교역에서 FTA 국가들과의 비중을 현재 14% 수준에서 5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농산물 시장개방 폭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칠레 시작으로 현재 45개국과 FTA 체결
1월 현재 발효중인 FTA는 총 5건에 17개 나라에 이른다. 여기에 협상이 타결된 미국 및 유럽연합(EU) 27개국을 합하면 FTA 체결국은 45개 나라로 늘어난다.
한·EU FTA의 경우 3~4월 중으로 정식서명을 거쳐 하반기부터 발효시킨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당분간 어렵게 된 양돈농가로선 국내 시장을 놓고 EU 양돈농가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한·미 FTA는 처리 여부가 불확실하다. 미국이 건강보험 개혁과 상·하원을 뽑는 중간선거(11월)로 한·미 FTA에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 비준은 (한국과 미국 모두) 비슷한 시기에 하는 게 좋다”며 “미국의 전망이 아주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가는 것보다는 비슷하게 맞춰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호주·페루·GCC(걸프협력회의 6개국) 등과의 FTA를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체결국은 50개가 넘을 전망이다.
◆거대 경제권 이어 신흥 경제권으로
정부는 EU·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타결된 만큼 올해는 신흥 경제권과 지속적으로 FTA를 체결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터키·이스라엘·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4개국) 등이 FTA 대상국으로 꼽히고 있다.
한·중 FTA 협상도 조만간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의 산관학 공동연구는 2008년 6월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현재 최종 문안 조율작업이 진행중이다. 조율작업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농업의 민감성 표현 수위를 놓고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공식협상 착수 전에 개방 제외 범위를 구체화하자는 입장이다. 즉, 전체 농산물 가운데 10%는 개방 대상에서 완전히 빼고, 10%는 개방을 최소화하는 민감품목으로 인정해 달라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에 반해 중국은 협상 착수 전에 예외 품목을 먼저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응수했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의 공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 둔다)란 용어를 거론하며 “한·중 FTA 협상을 조기에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견이 큰 농업은 한국 입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107억달러(12조원)로 늘어나고 국내 농산물 생산 감소액은 2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한·칠레 FTA 추가협상 촉각
한·칠레 FTA의 추가협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2002년 FTA를 체결할 때 양측은 한국의 농산물 1,432개(HS 10단위 기준) 가운데 391개(27%)에 대해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끝난 뒤 개방 수준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DDA 협상은 더디게 진행됐고, 그 사이 한국은 미국·EU·아세안 등과 잇따라 FTA를 맺고 농산물 시장을 칠레보다 더 많이 열어 줬다. 칠레로선 한국 시장을 가장 먼저 뚫은 선점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국내 산업계도 추가협상을 바라고 있다. 중국·일본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서 냉장고 등 일부 공산품에 대해 우리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칠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의 칠레 시장 점유율은 한국·일본에 이어 3위로 급부상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추가협상을 시작하자’는 외교부·지식경제부 등의 입장과 ‘DDA 협상 타결 이후 논의하자’는 주장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